문학

<외국문학> 자작나무 숲속 은밀한 만남, 투르게네프의 단편 밀회

마뜨료쉬까 2013. 5. 14. 03:58

러시아의 사랑을 옅 볼 수 있는 안타까운 밀회.... 

19세기 러시아의 이반 투르게네프의 단편 소설이다. ''를 통한 시점으로 진행되는 <밀회>에서는 어느 시골 자작나무 숲속에서 한 청년과 처녀는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게 된다.

단편 <밀회>는 매우 온순하며 러시아 사랑의 향기를 지닌 성격의 단편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지닌 단편으로 작품 속에는 극의 사건과 위기 그리고 절정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로 인해 변하는 그들의 심리는 마지막 밀회로 이어지게 된다. 처녀 아꿀리나와 청년 빅타르의 갈등은 읽는 독자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수모를 참아내는 시골의 순진한 처녀 아꿀리나의 모습은 안타깝다. 

부유한 지주의 하인 빅타르는 순진한 그녀를 자신의 노리개로 사용하고 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별 앞에서 아꿀리나가 그에게 원했던건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부유한 지주의 하인 빅타르는 말 한마디 조차 하지 않고 떠나가버린다. 러시아 시골 처녀의 순진한 사랑을 옅보는 '나'는 뒤에서 지켜볼 뿐이다. 안타까운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그들의 밀회를 밀회답게 훔쳐보며 '나'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는 조용히 시작된다.




아름 다운 시골 처녀 그리고 부유한 지주의 바람둥이 하인이 나타나다...


"단정히 빗어 넘긴 숱 많은 은회색 머리는 상아처럼 새하얀 이마 위로 깊숙이 동여맨 좁다란 빨간 머리띠 밑에 두 개의 반원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황금빛으로 그을어 있었으나 그것은 연약한 피부에서나 볼 수 있는 그을음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눈을 들지 않았던 것이다." 

- 투르게네프의 <밀회>중에서...


'나'를 통해서 본 아꿀리나의 묘사이다. 만약 배우가 이 문장을 접한다면 매우 자세한 묘사를 통해서 아꿀리나의 외형과 성격을 쉽게 파악할 것이다. '아름답다'라는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다. '나'라는 화자는 시골에서 사는 어느한 사냥 꾼이다. 19세기 러시아 시골에서 미의 기준은 어떠 했을까? 오늘날 처럼 눈이 크고 쌍커풀이 있으며 몸매가 보기좋게 잘 빠진 여인일까? 아닐것이다

아꿀리나의 피부는 황금빛으로 그을려 있다. 늦 여름부터 늦 가을까지 시골에서는 제일 바쁜 시기이다. 아마도 잘 여문 밀밭에 나가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일한 아꿀리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아꿀리나의 모습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매우 잘 표현했다. 사슴같은 아꿀리나가 오랜시간 기다리던 부유한 지주의 하인 빅타르의 모습은 어떠할까?




"솔직히 말해서 그는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부유한 지주의 바람둥이 머슴임에 틀림 없었다. 옷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무척 멋을 부리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우선 주인한테서 물려받은 듯한 청동색 짧은 외투를 위에서 아래까지 단정히 단추를 끼웠으며, 끝이 보랏빛으로 물든 장밋빛 넥타이에 금테까지 달린 검정 벨벳 모자를 눈썹 밑까지 눌러 쓰고 있었다. ‥‥ 뻘겋게 상기되고 번들거리는 얼굴은 내 관찰에 의하면 예외 없이 남자들의 반감을 사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자들에겐 그런 얼굴이 곧잘 호감을 주는 것이다." 

- 투르게네프의 <밀회>중에서...


아꿀리나의 묘사보다 빅타르의 묘사는 2배 이상 길게 자세하게 묘사해 놨다. 첫 문장 부터 매우 흥미롭다. ''라는 화자는 이미 오랜 시간 기다리는 아꿀리나에게 묘한 인상을 받았다. 때마침 등장한 한 남자의 모습은 바람둥이 머슴 이였다. 빅타르의 묘사를 통해서 그의 성격을 대충 파악 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해 좀 안다는 것을 자랑하는 부유한 지주의 하인 빅타르는 거만하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인다. ''라는 화자의 매우 주관적인 표현이지만 읽는 독자들은 이미 앞에서 아꿀리나에게 받은 인상으로 빅타르의 성격과 외형을 상상할 것이다남자들에게 반감을 사기 좋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빅타르는 아마도 남자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듯 하다. 여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을 소유한 부유한 지주의 하인 빅타르는 어떻게 순박한 시골의 처녀 아꿀리나를 유혹했던 것일까? 


무관심한 눈길로 바라보는 빅타르 "그건 그렇고, 내일 떠나기로 됐어"...  


오랜 시간 기다린 아꿀리나에게 거만한 모습으로 등장한 부유한 지주의 하인 빅타르는 오만한 모습으로 성의 없는 사과를 던진 뒤 바로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떠난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아꿀리나는 슬퍼하지만, 우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빅타르의 부탁으로 인해 그녀는 울음을 멈춘다. 기대하지 못했던 빅타르의 고백은 아꿀리나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꿀리나는 자신의 간절한 호소와 사랑을 고백하지만 오만한 빅타르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과거에 빅타르는 아꿀리나에게 했던 자신의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대화의 화재를 바꾸기 위해 괜히 꽃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며, 어디선가 가지고온 손 안경을 꺼내들어 자랑하기도 한다. 앞으로 자신의 앞길은 부유한 지주를 따라 뻬쩨르부르크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뻐하며 아꿀리나에게 성의 없는 위로를 던진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으로 자신을 대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아꿀리나의 말에 빅타르는 크게 반응한다. 결국 빅타르는 떠나기로 결심하고 자리를 일어선다. 마지막 아꿀리나의 간절한 부탁, 따뜻한 말 한마디는 빅타르의 발걸음에 짓밟히고 빅타르는 떠나고 아꿀리나는 자리에 남아 슬픔과 함께 한다.


안타깝고 아쉬운 마지막 밀회, 투르게네프의 러시아 향기를 지닌 단편...


화가 일리야 레핀이 그린 투르게네프


러시아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 투르게네프, 그의 작품 <밀회>는 러시아의 향기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나무 자작나무 숲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밀회를 통해서 독자들은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의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꿀리나의 모습을 통해 진실한 사랑을 볼 수 있는 반면, 반대로 부유한 지주의 하인 빅타르는 아꿀리나를 자신의 노리개로 사용한 뒤 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랑의 진실함과 고귀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투르게네프의 문체는 매우 솔직하고 사회성을 지닌 작품도 있는 반면에, 러시아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작품다운 작품도 있다. 많은 작품 중에서 단편 <밀회>를 통해 투르게네프의 글 솜씨와 순수한 러시아의 사랑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