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희곡> 마녀들의 귀뜸, 운명이 바뀌다. 맥베드

마뜨료쉬까 2020. 4. 13. 19:49

맥베드 줄거리

본국으로 귀향하던 중 맥베드와 뱅코우 앞에 세 마녀가 나타났다. 멕베드의 운명에 대해 언급하며 맥베드는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고, 뒤이어 뱅코우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 예언한다. 자신이 왕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난후 맥베드는 왕좌에 사로잡히고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아내와 함께 이 운명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한다


당컨왕이 맥베드의 성에 방문했을 때 음모를 꾸며 결국 왕을 피살한다그의 두 왕자는 도망가 버리고 맥베드는 왕자들에게 살해혐의를 덮어씌우게 된다왕위를 차지한 맥베드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뱅코우의 자식들을 살인하려 한다. 자신의 왕위를 뺏길가 두려운 나머지 자객을 보내 암살하려 하지만 뱅코우만 살해되고 그의 아들은 도망간다연회석상에 등장한 뱅코우의 망령은 맥베드를 괴롭히게 된다계속해서 뱅코우의 망령에 시달리자 맥베드는 마녀들을 찾아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다시 묻게된다멕베드는 여자의 배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를 해칠 수 없다 예언한다. 하지만 멕베드와 전쟁 중이던 적장 맥더프는 어머니의 자궁을 절개하고 태어났다. 그를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된 맥베드는 절망속에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예언대로 당컨 왕의 아들 맬컴이 왕좌에 오르며 극은 끝난다.



노보시비르스크 극장의 연극 <맥베드>




<맥베드>등장인물...

 - 당컨(스코틀랜드 왕) 

 - 맬컴(당컨의 왕자)

 - 도날베인(당컨의 왕자) 

 - 맥베드(스코틀랜드의 장군) 

 - 레이디 멕베드(맥베드의 부인) 

 - 뱅코우(스코틀랜드의 장군)

 - 맥다프(스코틀랜드의 귀족)

 - 플리언스(뱅코우의 아들) 

 - 로스(스코틀랜드의 귀족) 

 - 시워드(영국군 장교) 

 - 마녀 1,2,3 등...



셰익스피어의 <맥베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맥베드와 뱅코우 앞에 나타난 세 마녀들



셰익스피어의 <맥베드>에 대해서 누구든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생 짧은 형태의 희곡으로 오늘날 쉽게 접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중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영적 존재들이다. 종교, 귀신, 요정 등 각 작품마다 나타나는 영적 존재들은 극의 사건, 갈등, 대립을 주도한다.


<맥베드>에서는 마녀들이 등장, <햄릿>에서는 죽은 영혼의 등장, <한 여름밤의 꿈>에서는 요정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는 왜 영적 존재를 등장시키는 것인가? 이 존재들은 보통 사람의 궁극적인 운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중 주인공들은 이런 초월의 존재와 경험으로 자아가 격변하도록 만든다. 내적 갈등과 마주하게 하고, 이 갈등은 극에서 사건이 탄생 하도록 만든다. 특히 살인과 관련이 많다. 영적 인물들은 극중 사건의 시작점이 되도록 셰익스피어는 묘사했다. 그렇다면 우연히 마녀들을 만나 자신 운명의 이야기를 들은 맥베드의 인생은 어떻게 될것인가



테도르의 <뱅코우의 망령을 보는 맥베드>



마녀 1,2,3 : 만세! 만세! 만세!

마녀 1 : 맥베드! 장차 왕이 되실분 만세!

셰익스피어의<맥베드> 중에서...


마녀의 한마디는 맥베드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용감하고, 남자답고, 진실한 맥베드는 ''이라는 말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극에서 보면 맥베드는 서두르지 않더라도 운명 스스로 왕의 왕관을 씌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권력의 욕심'에서 맥베드는 악의를 품고 왕위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멕베드의 결심은 마녀의 예언보다 자신의 부인 레이디 멕베드의 영향이 더 컸다. 맥베드의 갈등을 최고조로 심화시킨 인물이 있다. 그건 바로 맥베드의 부인, 레이디 맥베드다맥베드의 말을 듣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까지 세우는 이는 맥베드가 아닌 바로 맥베드의 부인이다. 맥베드에게 갈등의 씨앗을 심겨 논 레이디 맥베드는 '남성의 용기, 야망'이라는 이름으로 당컨왕을 살해할 것을 부추긴다. 맥베드의 양심은 '살인은 올바르지 않다'라고 말하지만 계속되는 레이디 맥베드의 설득에 바로 넘어가 버린다. 


맥베드 : 그만, 제발 그만하오. 인간다운 일이라면 이 내가 무엇을 못하겠소. 하지만 그 이상의 짓을 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오. 


레이디 맥베드 : 당신은 사나이 였어요. 그러니 그 이상의 짓을 하시면 더욱 사나이답게 되실 것 아니에요?‥‥ 저는 젖을 먹여 보아서 젖 빠는 아기들이 얼마나 귀여운가를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만일 당신처럼 일단 그렇게 하기로 맹세를 하였다면, 그 갓난 어린것이 제 얼굴을 쳐다 보고 한참 생글생글 웃고 있을 지라도 그 말랑한 잇몸에서 빨고있는 젖꼭지를 잡아 빼고, 그대로 냅다 질러 머리통을 박살 내어 보여 드리겠어요.


셰익스피어의 <맥베드> 중에서...



확고한 야망이 있는 레이디 맥베드는 결국 멕베드의 손으로 당컨 왕을 죽이게 된다 역할을 한다. '왕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살인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맥베드를 보면 마음의 동조가 일어난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인의 말한마디에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맥베드의 모습을 셰익스피어는 그려냈다. 멕베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의 부인 레이디 멕베드는 극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맥베드를 연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운명과 양심앞에서 절규하는 멕베드의 모습. 셰익스피어가 제시하는 인물상은 오묘하다.


맥베드의 갈등은 자기 자신과의 깊은 갈등으로 보여진다. 방백을 통해 '살인은 합당한 것이 아니다'라고 되뇌이지만 레이디 맥베드의 설득으로 인해 맥베드의 마음에 자라난 욕망은 '운명은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마음에 자라난 생각은 맥베드를 살인에 빠뜨리고 멕베드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로써 칼을들어 당컨왕을 살해하고 맥베드는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

  




희곡을 본다면 셰익스피어는 당컨왕 살인 장면에 대해 쓰지 않았다. 왜 당컨왕을 살해하는 맥베드의 모습을 쓰지 않은 것일까? 왕이 되고자 욕망에 사로잡힌 살인자로서 당컨 왕을 살해하는 맥베드의 모습을 상상하는가? 아니면 칼을들어 두려움에 떨며 정신병자 처럼 스스로 되뇌이며 목을 내리치는 멕베드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셰익스피어는 독자 스스로 상상하도록 만들었다. 


레이디 맥베드가 말한 '욕망은 있지만 용기 없는 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살해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이야기한다. 섣부른 귀띔에의해 살인을 행하고, 자신이 저지른 죽음의 행위에 대해 후회하는 살인마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며 '피는 피를 부른다'라는 그의 공식이 계속해서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맥베드는 괴로워한다


맥베드의 손에 쥐어진 왕위는 위태롭기만 하다. 마녀들은 뱅코우의 자식들이 자기 뒤를 이어 왕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자객을 통해 살해에 실패하고, 뱅코우의 망령에 시달리기도 하고 피묻은 왕위를 지키기 위해 처절히 싸우는 맥베드의 모습을 보며 권력에 사로잡혀 파멸로 걸어가는 한 인간을 본다. 자신의 운명을 바꿔버린 마녀들을 찾아가 자신의 운명을 되묻고 마음속의 평화를 찾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 평화는 맥베드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다.




현대 무대적 해석으로 접근하는 <맥베드>...


이런 내적 심리를 연기 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제안하는 극중 인물들의 갈등과 그리고 갈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건을 연출할 수 있는 연출가는 오늘날 얼마나 있을까? 셰익스피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논리와 무대적 해결방안과 최고의 미장센이 필요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 형식으로 <맥베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극 안에서 '셰익스피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관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직접 연출자로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다루기 조심스럽다. 희곡들의 대사는 시적이고 몇몇 장면은 무대적으로 연출하기가 쉽지 않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각색을 통해 극을 다듬을 수 있지만 각색으로 인해 셰익스피어의 향기를 잃어버리는 경험도 하곤 했다.


조심스럽게 논리적 예술 접근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각색해 무대에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추상적인 방향으로 셰익스피어를 재해석해서 성공한 작품을 본적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극의 논리를 탄탄히 다지고 시도할 때 재미있고 좋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양심은 종종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든다 - 셰익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