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노골적인 풍자를 너무 잘 했던 화가

마뜨료쉬까 2021. 7. 7. 15:29

페도토프의 자화상

빠벨 페도토프(1815년 7월 4일 - 1852년 11월 26일)

19세기 러시아 예술에서 자주 관찰되는 특징이 있다면 사회 현상에대한 '풍자'다. 페도토프의 그림에서는 그런 부분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우스꽝 스럽고 재미있게 그려낸 것이 페도토프의 특징인데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 대놓고 비꼬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노골적이다.

 

페도도프는 군 장교로서 복무를 하고 있었다. 당시 그림에 흥미가 생기게되어 뒤늦게 미술공부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군 장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밤이되면 미술 아카데미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1843년 10여년 동안 복무하던 군에서 전역하고 결국 페도도프는 28살의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페도도프는 연필과 수채화를 사용해 그림을 그려왔었는데, 1848년 유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의 그림은 다양한 주제를 담게 된다. 빈민굴, 관공서, 시장, 여관, 교회 등 직접 방문하여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했던 경험들을 주제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페도토프의 <최초의 훈장> 1848년

 

유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페도토프의 1848년 당시 미술 아카데미에 두 작품을 출품했다. <최초의 훈장>과 <소좌의 구혼>이라는 작품이다. 이 두작품의 공통점은 러시아 사회의 문제를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당시 러시아에서 볼 수 없었던 대담함을 가진 작품이었다. <최초의 훈장>은 니콜라이 1세 정치 지주라 스스로 자칭하던 관리의 모습을 잘나타내고 있다.

 

월세조차 낼 형편이 안됐던 관리에게 집주인이 찾아와 그가 신던 부츠와 여러 물건들을 월세 대신 챙겨가고 있다. 그와중에도 자신은 훈장을 받은 유능한 관리라는걸 가리키는 모습은 우스꽝 스럽다. 월세조차 없던 그에게 저 훈장은 무슨 소용일까? 당시 러시아 관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직접 같은반 친구들과 함께 연출했던 적이 있다. 니콜라이 1세 정치의 지주라 스스로 자칭하는 관리의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책상 아래에는 술에 취한 경관에 모습을 볼 수 있다. 훈장 하나로 가슴을 내밀고 다니는 러시아의 관리를 풍자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페도토프의 <귀족의 아침식사> 1851년

 

당시 러시아에서 흑빵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 이었다. 그런데 귀족으로 보이는 한 남성의 식탁에는 흑빵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속 상황을 봐서는 아침 식사중 일찍이 누군가 방문한듯 하다. 서둘러 책으로 흑빵을 가리는 귀족의 모습이 보인다. 배고픔 앞에서 명예가 무슨 소용이었을까? 자신이 먹던 흑빵을 숨겨가며 거짓된 호화로움 속에 빈곤함과 공허함이 잘 표현되 있다. 겉 껍데기만 뻔지르르하게 보이기 위한 귀족의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페도도토프의 이런 풍자적 그림은 귀족들에게 반항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페도토프의 <변덕스러운 신부> 1847년
페도토프의 <소좌의 구혼> 1848년

당시 러시아 사회의 결혼 문화를 풍자한 그림이다. 결혼은 형식만 남아 있었고 그 뒤에는 부모들간의 거래가 행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부자집에 시집을 보내기위해 부모들은 안간힘을 썼고 그런 문화에 남자들은 거짓으로 자신의 신분과 재산을 속여가며 결혼 구애를 했다. 

 

그림속 문 바깥에는 여유롭게 폼을 잡고 기다리는 장교가 보인다. 나이도 어느정도 들어보이는 그가 어린 신부와 결혼하기위해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신부는 부모의 결정이 마음에 안드는지 도망가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딸의 옷을 붙잡는 어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페도토프의 <도박꾼들>

 

그림속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누군가 절규하는 모습이 보인다. 늦은 밤이 되도록 도박을 한듯 한대 누군가는 승리의 기지개를 펴고 있고 어떤 사람은 머리를 부여잡고 크게 절규하고 있다. 그림 하나에 어두운 배경과 도박에 대한 풍자를 잘 담아냈다. 등장한 인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각 인물의 내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페도토프의 <제일 전의 경찰서장의 대기실>

 

당시 서민들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길경우 뇌물을 사용하면 모두 해결 됐다. 당시 경찰 서장을 만나 문제를 처리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드 하다. 그런데 모두들 무언가 들고 경찰서를 방문했다. 설탕자루, 술과 음식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돼지를 들고 왔다. 무엇 때문에 경찰 서장에게 이런 것들을 들고 왔을까?

 

 


페도토프의 <볼이 미어지게 샌드위치를 입에 넣은 청년>

 

젊은 청년이 서있는 구도와 샌드위치를 입에 미어터지게 넣은 그는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다. 포즈가 매우 독창적이다. 뭔가 거만해 보이기도 하는 포즈에 볼의 한쪽은 툭 튀어나와 있다. 얄밉게 생긴 손동작을 하며 무언가 이야기하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페도토프는 인간적 가치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할 줄 아는 화가였다. 그림속에 인간의 욕심, 탐욕, 기만을 담아냈고 러시아 회화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내면을 사용한 그림을 그렸다.

 

페도토프의 작품은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미술 아카데미전에 출품 될수도 없었을 뿐더러 발매 중지에 그의 작품중 몇몇 삽화집은 몰수됐다. 가혹한 러시아의 반동정치는 페도토프의 화가 생활을 어둠으로 몰리게 했고 고독과 절망으로 결국 그는 정신이 이상해지게 된다.  페도토프의 작품 후반기를 보면 매우 어둡다. 대부분의 그의 그림 소재는 생활에 짓눌리고 불행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당시 페도토프의 어두운 내면이 그대로 그림에 반영되어 나타났다. 그의 그림에 담겨진 여러 미장센과 인물들은 감정적인 포즈와 행동이 명확하고 살아있다. 배치된 가구 하나하나 계산된 그의 센스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