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단편> 죽음의 문턱 앞에서, 가르쉰의 나흘동안

마뜨료쉬까 2014. 2. 2. 05:23

화가 일리아 레핀이 그린 브세볼로드 가르쉰 (1884년)

브세볼로드 가르쉰의 생애

러시아 문학가 중에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중 한명이다. 가르쉰은 장교인 아버지와 지성 있는 어머니 아래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문학과 정치 분야에 대하여 잘 알았으며 독일어와 프랑스어까지 자유롭게 구사했다. 그의 생애에 이런 어머니의 영향은 가르쉰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17살 때부터 그는 정신분열 증상이 있어 병원에 꾸준히 다녔고 186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7학년 김나지 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1874년 광산대학교에 입학하지만 1877년 러시아 터키 전쟁이 일어나자 의용병으로 참여하게 된다. 당시 아야스랄 전투에서 다리에 총상을 당하여 전역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돌아와 문학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경험으로 시작된 첫 그의 작품 <나흘 동안>으로 명성을 얻어 꾸준한 작품 생활을 하다 젊은 33세의 나이에 정신병이 악화 되어 자살하게 된다.

 

 


가르쉰의 창작활동

1877년 러시아 문학 세계에 <나흘 동안>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하여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 속에는 전쟁에 대한 항거와 절멸 그리고 공허와 상처를 잘 담아냈다. 이와 같이 경험적 사실을 토대로 가르쉰은 작품 활동을 계속해나가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는 계속해서 작품을 출품하게 된다. <전쟁터 풍경>(1877), <겁쟁이>(1879), <병졸과 장교>(1880), <꿈 이야기>(1882), <병사 이바노프의 회상>(1883) 등이 있다. 이외 여러 가지 동화를 창작하기도하였다. <두꺼비와 장미꽃>(1884), <개구리 여행가>(1887), <아그테 도시이야기>, <신호>등이 있다.

 

나흘 동안의 배경 러시아 터키전쟁

 

러시아와 터키 전쟁 모습을 그린 회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2세는 1855년부터 1881년까지 즉위하여 농노해방과 지방자치단체 개혁, 사법제도 개혁, 군 개혁 등을 단행한다. 개혁의 확실한 마무리 매듭을 짓지 못하자 러시아내 민중 사이에 불만이 커지면서 반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러자 알렉산드르2세는 시선을 돌리고자 1877년 터키(오스만제국)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18783월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종결되었으며 러시아의 승리 요인으로는 1874년에 시행된 징병 제도와 크림 전쟁에서 패배한 후 황제 알렉산드르 2세 가 추진한 개혁의 성과로 나타났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나흘 동안> 줄거리

나흘 동안 어딘지 알 수 없는 황량한 벌판아래 쓰러져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한 주인공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 한 가닥의 희망의 맥을 찾아 과거를 회상하며 사랑하는 자신의 고향과 약혼녀 그리고 어머니를 찾는다. 주인공이 느끼는 육적인 고통으로 인해 희망을 잃어가지만 그 가운데 떠오르는 가족과 고향 그리고 집을 생각하며 살아남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외침에 아무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가운데 전쟁 중 자신이 죽인 한 터키 병사를 보며 그에게 동정을 느끼며 전쟁의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 이 사내에게도 나처럼 늙은 어머니가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밤마다 오막살이 문간에 앉아, 먼 북녘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자식이 돌아올 날을 기약 없이 헤아리면서…….

 

'바보, 바보 같은 녀석!' 왜 내 앞에 나타나 그렇게 허망하게 죽음을 맞았단 말인가? 이 불행한 녀석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 또한 명령을 받고 전쟁에 끌려 왔을 뿐이리라……(중략) 우리의 저돌적인 전진에 그는 두려움에 떨며 공포에 질려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먹으로 한 번 치기만 해도 쓰러질 조금한 나에게 자신의 심장을 내주었을 것이다.

 

'이 사내가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그를 죽인 나 또한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가르쉰의 <나흘 동안>중에서……

 

하지만 살아 있다는것은 그에게 작은 생명의 불꽃을 계속 이어가게했다. 썩어가는 송장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고통이 있는 몸을 이끌어 내고 4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그는 살아나갔다. 계속해서 그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와 회상으로 나아가며 자신을 되돌아보며 희망을 찾는다.

 

'반드시 나을 것이다. 고향도 볼 수 있고, 어머니와 마샤도 만날 수 있다. ! 그들에게 나의 죽음을 알려 주고 싶지 않다.'

가르쉰의 <나흘 동안>중에서……

 

썩어 구더기가 가득한 시체 옆에서 그는 생명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주변을 까자크인들이 지나가게 되지만 육적으로 이미 지친 그에게 그들에게 구조를 요청할 기운도 없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결국 그는 기차에 치인 강아지의 신세를 떠올리며 죽음을 기다린다.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던 그는 구조되어 사단의 야전병원으로 호송되고 다행히도 다리하나를 절단 하고 살아나게 된다.

 

'죽음이여, 넌 어디 있느냐? 제발 빨리 오너라, 빨리 오너라!' 가르쉰의 <나흘 동안>중에서……

 

마음속 외침

주인공의 끝없는 회상은 그를 연명해주는 도구로 나타난다. 하루도 아닌 나흘 동안 움직일 수도 없는 큰 부상을 당하여 생명의 희망을 꿈꾸는 그에게 찾아온 죽음의 고통은 묘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전쟁이 낳은 결과는 허망할 뿐이다. 오랜 시간 전쟁을 치르던 군인들은 대부분 희망을 금방 잃어버린다고 한다. 고향에서 보내오는 약혼자나 친구의 편지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이유를 만들어 주며 전쟁의 끝나는 날을 바라보며 나아간다고 한다 

 

나흘 동안 주인공은 오직 생각만으로 살아간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그가 맞이한 건 자신이 죽인 터키 병사 또한 어머니가 있는 한 사람이며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끌려나와 명령 앞에 복종하여 나와 죽었으며, 약혼녀 마샤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집을 떠올린다. 이 허망함 속에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으며 살고 싶어도 마음껏 살 수 없는 그는 혼자 황량한 들녘에 자신이 죽인 썩어가는 시체와 함께 남겨져 있다

 

러시아 의용군들의 모습

 

전쟁의 공허한 죽음 앞에서 그가 느끼는 허망함이 문맥에 너무 잘 나타나 있다. 살기위해 물 한 모금 계산을 거듭하여 마시지만 희망의 불꽃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은 자기 자신과의 갈등으로 번지고 다른 등장인물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사건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계속되는 갈등으로 심정의 변화가 빈번히 나타나고 그 앞에서 어떤 마음가짐과 생각으로 하루를 더 연명해야 하는지 결정한다. 죽음 앞에서 회상하는 그의 모습이 분명,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머릿속에 필름처럼 떠오를 것이다. 40도 이상 올라가는 고열 지역에서 썩어가는 송장이된 시체와 함께 있다는 것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죽음'이라 말 할 수밖에 없다. 송장에 번식한 구더기는 주인공 스스로 자신 또한 저 모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죽음 곁에 죽음만 있을 뿐 그에게 썩은 송장의 모습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가르쉰의 묘

당신에게 죽음이 왔다면?

"죽음 앞에서"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스친다. 곧 다가올 죽음 앞에서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전쟁이 만들어낸 공허함이 너무 크지만 명령에는 불복종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더 마음이 아프다. 너무나도 빠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생활에서 삶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좋은 글이다. <나흘 동안>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은 한 다리를 절단해 내지만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작품은 끝난다. 마지막 문장을 통해 그의 심정을 직접 느끼며 다리 하나 없어도 살아있다는 현실에 감사하는 그 눈물의 장면은 동정심을 일으키며 어쩐지 모르는 희망의 여운이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당신은 죽음 앞에서 후회하는 것이 없는가? 나흘 동안 그는 회상하며 많은 것을 후회했다. 지금 죽어도 당당한가? 죽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 세상 것에 미련을 둔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 손해 보더라도 죽음 앞에서 후회 말며 살아있는 동안 감사하며 나누는 삶을 이루면 좋겠다. 가르쉰의 <나흘 동안>은 희망의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