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국문학> 꿈꾸는 자의 생각, 이상의 날개

마뜨료쉬까 2013. 2. 27. 03:11


이상 날개
이상의 생애


본명 김해경

1910년 서울 통인동에서 출생
보성고등보통학교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

1931년 처녀시 <이상한 가역 반응>, <파편의 경치>를 발표, 
서양화 <자화상>이 입선

1932년 이상이란 필명으로 시와 문학을 발표하기 시작

1933년 건강문제로 배천 온천으로 요양을 떠나 기생 금홍을 만나 그 해 7월, 다방을 개업하고 금홍과의 동거 생활을 시작

1934년 '구인회'에 가입, 시 <오감도> 발표

1935년 다방 폐업 후 함께 동거하던 기생 금홍과 결별

1936년 단편 <지주회시>, <날개> 등을 발표 변동림과 결혼, 일본 도쿄로 떠남. 도쿄에서 <종생기>, <권태>, 동화 <황소와 도깨비> 등을 발표
1937년 일본 경찰에 사상문제로 구금, 건강이 악화되어 출감 
4월 17일, 도쿄제대 부속 병원에서 죽음 (26세)

이상의 <날개>줄거리...

33번지에 18가구가 있는 곳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있는 주인공, 작은방에 빛조차 들지않는 곳에서 생활하고있다. 주인공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는 방에서 내려와 아내방에서 아내의 물건을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낸다. 아내에게 손님이 올때면 방해 하면 안되기 때문에 방에서 꼼짝않고 누워 손님이 떠나기 까지 기다린다. 손님이 가고 나면 아내는 돈을 주인공에게 돈을 준다. 하지만 주인공은 돈 쓸줄 모른다. 어느날 돈이 많이 모이자 그는 그 돈을 가지고 변기에 던진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아내는 아무것도 물어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돈을 준다. 그렇게 다시 받은돈을 산책하고 돌아온 날 밤 아내손에 쥐어 주게된다. 그날 처음으로 아내와의 동침을 하게된다. 집에 손님이 올때면 방안에 있기 답답한 그는 자정을 밖에서 넘기고 집으로 가기위해 산책을 하는데 자정을 넘기기전 거리에는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는 비에 흠뻑젖어 감기에 걸리게된다. 아내는 그에게 몇가지의 약을 주면서 그 약을 받아먹고 주인공은 오랜 시간동안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우연히 잠에서 께어 어느때와 같이 아내가 외출한 뒤 그는 아내의 방으로 내려와 발견한 약통은 아스피린이 아닌 수면제였다. 아내가 준약을 아스피린이라고 믿고 먹었는던 그는 충격에 휩싸이고 이를 계기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성 미쓰꼬시 옥상으로 올라가 예전에 있던 날개가 다시 돋아 비상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끝난다.

천재 아니면 광인의 호칭을 동시에 지닌 작가 이상
주인공이 자리 잡고 있는 새로운 공간....

이상의 글을 처음 접한다면 조금 난감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의 문체는 또한 흔히 접하기 쉽지 않은 특이한 글이다.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기 도한 이상의 작품 <날개>에서 나오는 주인공 ''는 매우 보잘것없고 무기력하며 게으르다. 주인공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이상의 <날개>는 글 자체에 리듬을 소유하고 있다. 주인공 ''를 통해 전해지는 심리는 무겁고 어둡다.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은 어느 알 수 없는 자리에 위치해 있는 조그마한 다락이다.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 비누처럼 풀어져서 온 데 간 데 없고 한잠 자고 깨인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껍질로 띵띵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이었을 뿐이고 하였다." 
이상의 <날개>중에서... 

주인공이 위치해 있는 다락방의 공기는 '흐늑흐늑하다'라고 표현한다. 공기의 감각을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표현한 이상의 재치 있는 문장이다. 주인공이 다락방에서 부터 벗어 날 때면 매번 새로운 감각이 그를 사로잡는다.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감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글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현실 세계와 꿈의 세계 그리고 삶의 속도를 감지하다.....

"나는 내가 지구 위에 살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가 질풍 신뢰의 속력으로 광대 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허망하였다. 나는 이렇게 부지런한 지구 위에서는 현기증도 날 것 같고 해서 한시바삐 내려 버리고 싶었다. 이불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뒤에는 나는 고 은화를 그 벙어리에 넣고 하는 것조차도 귀찮아졌다"
이상의 <날개>중에서... 

이상의 문장에서 보면 주인공이 속도감 있게 묘사될 때도 있다. 바로 그 순간은 그가 '생각' 할 때 이다. 이상은 생각을 통해서 억눌린 현실 속에서 자유롭게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이 마주한 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그는 이불 속에 가만히 누워 생각 하며, 손가락을 움직여 동전을 넣는 것조차 귀찮아한다. 생각 속에서의 빠른 리듬감과 현실의 게으른 생체 리듬이 단번에 뒤섞여 버렸다. 그는 자신의 생각으로 미래의 일을 생각 하고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기다리기도 하는 주인공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억압된 현실 속에서 이상이 가고자 했던 곳은 어디일까?  



<날개>에서 알려진 유명한 프롤로그... 

이상의 작품 <날개>80년이 지난 오늘도 많은 논란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서두를 읽어보면 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 글을 읽어본다면 무언가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 숨긴 채 자신의 생각을 암호화 시킨 듯한 인상을 받는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 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회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에 으례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이상의 <날개>중에서... 

서문에 첫 문장이다. 문장에 대한 해석을 찾아보니 많은 의견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해석은 없다고 한다. 그중 가장 근접한 해석은 '아이러니'로 쓰였다고 말한다. 아이러니는 곧 풍자를 뜻한다. 또 다른 서문의 특징은 20세기 탄생한 새로운 창작기법 '의식의 흐름'을 사용하여 이상이 표현한 듯싶다. '의식의 흐름'이란 글 쓰는 기술의 하나의 방식이다. 글을 쓸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대로를 적는 표현 방식이다. 글의 논리와 문맥에 속박되어 있지 않아 대체로 읽기 어렵거나 복잡한 문장이 많다. 누구나 쉽게 의식의 흐름을 통하여 글을 창작 할 수 있다. 의식의 흐름으로 쓰인 소설중 대표적으로 마르셀 푸르스트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있다


1930년대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아래 있었다. 당시로 되돌아 가 본다면 순수 한글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어렵고 거의 불가능한 시기였다. 속박된 글의 형식을 분해하고 다시 재결합시켜 암호화된 자유로운 글이 탄생하게 된다. 이상의 작품 <날개>를 읽어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또 인물의 상황과 배경이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아 읽는데 있어서 거부감을 받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상의 문체를 새롭게 받아들이기도 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이해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누구나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이상의 글이 현실주의, 모더니즘, 반리얼리즘 이던 간에 잠시 속박된 글의 양식을 내려놓고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정서를 가지고 이상의 작품과 마주하는 것이 유익할 듯싶다. 예술적 양식에 매여 글을 해석 한다면 이상의 작품을 읽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난해하지만 읽히는 그의 문장들, 이상만이 갖고있는 특이한 문체...

이상의 <날개>를 읽으면서 '이 책 읽힌다!'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보통 글의 논리를 무시할 경우 독자의 입장으로서 읽는데 방해가 되지만이상의 <날개>는 다른 각도로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1930년 그 당시 한국의 상황이 어떠한지, 어떤 배경에서, 경험에서 이상의 <날개>가 탄생했는지에 대해 떠올릴 것이다. 읽고 난후 독자에게 제목 '날개'에 대해 무엇일지 의문을 던진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의 <날개>중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 작은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억압된 그 현실에서 필요했던 것은 '날개' 일까? 모든 것이 억압된 상황에서 '날개'라는 희망의 끈이 있기에 연필을 들어서 글을 쓴 것이 아닐까? 날개를 품고 날아갈 곳은 어디인가? 이상의 <날개>에서 자유라는 목표는 있지만 그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자유를 꿈꾸는 불행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와, 일제 식민지 시대는 엮이지 않는다. 그 당시 아픔과 배고픔, 나라를 잃은 슬픔, 억압 과 고통이 있었다. 지금은 그 시대를 볼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훌륭한 글이 탄생하는 것처럼 이상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문체로 표현하고 창작했다. 무기력함과 권태에서 벗어나 알 수 없는 자유 꿈꾸는 주인공의 마음이 소설을 마무리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