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희곡> 체홉의 보드빌 청혼!

마뜨료쉬까 2021. 3. 31. 11:30

연극을 대표하는 작품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갈매기>라는 작품은 들어 봤을 것이다. 20세기 사실 주의라는 형식의 작품으로 문학과 연극 역사에 큰 흐름을 만들어 냈다. <갈매기>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사실적으로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쓰여진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뛰어넘는 문학적 가치를 지난 작품으로 전 세계 국경을 넘나들며 갈매기는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처음 읽는 독자라면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지루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국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찬사를 쏟아 내기도 하지만 체홉의 작품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통찰력을 가진 해석은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다. 

 

이 작품의 두번째 상연과 재미 있는 이야기가 있다. 체홉의 <갈매기>를 대 성공으로 연출한 스타니브슬랍스키는 처음 <갈매기>의 작품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연극의 아버지로 알려진 스타니브슬랍스키 조차 처음 접했던 <갈매기>는 난해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동역하던 네미로비치 단첸코는 <갈매기>가 가진 가치와 연극적 특성을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 기록에 따르면 스타니브슬랍스키는 네미로비치 단첸코에게 설명을 듣고 <갈매기>의 매력에 젖어 들었다고 한다. <갈매기>를 머리와 가슴으로 이해하게된 스타니브슬랍스키는 오랜시간 연습끝에 모스크바 예술극장에 공연을 올리게 된다. 뻬쩨르부르크에서 첫 상연은 크게 실패했던 이력도 있었고, 작가 체홉은 상연에 두려운 나머지 숨어 지낼 정도록 상처가 매우 컸다. 하지만 사실적인 연기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 그의 작품은 대 성공을 거두었고,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상징을 갈매기로 바꾸게 되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체홉의 작품들중 짧고 재미난 희곡도 있다. 체홉의 보드빌로 알려진 <청혼>이다. 1888년 체홉의 <청혼>이 첫 공개되고 1889년 4월 12일 뻬쩨르부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이 올라가게 됐던 작품으로 러시아내에서 사랑 받던 짧은 희곡이다.

 

 "당신도 보드빌을 쓴다면 돈좀 될것 입니다." 

-체홉의 어느 편지 중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안톤체홉

 

 

<청혼>에 등장한 안톤 체홉

<청혼>에서 작가 체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35살의 노총각 지주로 등장하는 주인공 '로모프'다. 그는 건강하지만 병적으로 의심이 많으며 아직까지 결혼하지 못한채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당시 17살이면 결혼을 했으니 많이 늦은 나이다.

 

"이렇게 총각으로 늙어 죽을 수는 없지. 내 나이 벌써 서른 다섯이야. 정말 아슬아슬한 나이지. 무엇보다 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해. 심장도 약하고, 땀도 계속 흘리는 데다가 과민하고 흥분을 잘하는 체질이라 규칙적인 생활이 절대로 필요하다구." 

<청혼> 로모프의 독백 중에서...

 

체홉은 여러 배우, 작가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중 위 대사와 비슷한 편지 내용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체홉은 유난히 몸의 변화에 대하여 섬세하게 기록했다. 글을 쓰다가도 자신의 몸 상태에 반응하여 편지에 그대로 옮겨 적곤 했다. 그렇다면 체홉은 왜 몸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썼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체홉의 본래 직업은 의사였다. 체홉은 스스로 자신은 작가가 아니라 의사라고 할 정도로 직업의식이 투철했다. 이렇듯 체홉의 작품을 읽어 본다면 신체적 기능을 자세히 기록하여 쓴 작품이 많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체홉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청혼>에서 등장하는 로모프의 나이가 35살이지만 실제로 체홉은 40살이 되어서야 모스크바 극단의 배우 올가와 결혼다. 체홉은 극중 인물 '로모프'와 비슷하게 굉장히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했다고 한다.

 

 

극장 렌싸베타의 <청혼>

 

<청혼>에 녹아 있는 러시아 정서

국내 대학교와 대학로에서도 여러 극단을 통해 체홉의 <청혼>은 상연되고 있다. <청혼>은 러시아의 정서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보니 국내 연출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코메디 희곡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보면 유머적 요소는 찾아보기는 힘들다. 러시아 정서를 잘 품어야 대사와 인물이 살아나는 작품이니 연출자는 꼭 러시아의 시대 상황과 역사,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꼭 찾아보기를 추천 한다.

배우는 체홉이 어떤 연기를 제안하는지 자세히 연구 해봐야 한다. 면밀하게 <청혼>을 읽지 못한다면 올바른 작품의 주제를 찾아내지 못하고 연인의 사랑과 같은 엉뚱한 주제로 진행될것이다. 체홉은 신체적 특성을 잘 살려내는 작가다. 신체적 특성을 재료로 글을 쓸 줄 아는 재능있는 작가인 점을 참고하자

<청혼>의 배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계절은 언제일까? 늦 여름날 이라고 체홉은 등장인물에게 제안 한다. 러시아 남부의 늦 여름이라면 한국 못지 않게 매무 덥다. 러시아 남부 시골의 마지막 여름. 이때 로모프가 연미복 차림으로 방문하게 된다. 셔츠, 조끼, 넥타이 자켓 등.. 각종 옷들을 껴입고 온 로모프를 상상해 보면 도움이 될것이다.

당시 시골 사람들에게 연미복은 1년에 1번 입을까 말까한 의복이었다. 로모프가 입은 연미복은 얼마나 덥고 몸에 불편했을까? 로모프의 연미복은 자꾸 엉덩이로 빨려 들어가고 자켓은 몸에 잘 맞지도 않고, 겨드랑이의 땀은 폭포를 이루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른 아침에 청혼을 하러 간다. 시골 생활이 아무리 부지런해도 새벽 가까운 시간에 찾아간다니..

체홉은 이미 머릿속에 모든 것을 그리며 작품을 구상 했을 것이다. 배우들은 이런 신체 감각을 기초로 작품을 준비해야한다. 작품이 주는 방향을 정확히 이해해야지만 배우 스스로 대사, 행동, 연기 모두 살아날 것이다. 여태껏 국내 극장을 다니며 체홉의 <청혼>을 봐왔지만 연인의 사랑과 같은 주제로 무대에 상연되는 것을 봐왔다.

대게 등장인물 '로모프'는 소심하고 '나탈리아'는 뻔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혼>에서 '로모프'는 '츄부코프'와 적극적으로 말 다툼도 하고, 소리치기도 한다. 강한 어조로 츄부코프에게 맞선다. 나탈리아는 25살 노처녀로 아직 결혼을 못했다. 왜 아직 결혼을 못했을지 배우 스스로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체홉은 '나탈리아'의 히스테리적인 유별나게 부분을 강조 한다. 단순히 '나탈리아'는 뻔뻔한게 아니라 정신적 히스테리를 가지고 있다고 체홉은 이야기 한다.

아무도 장가 들려 하지 않는 '나탈리아'의 아버지 '츄부코프'의 심정은 어떨까? 자살하겠다고 외치는 츄부코프의 대사를 통해 그의 심정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청혼하러 왔다는 로모프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그는 기뻤을까? 감격과 환히 러시아 전통 춤을 자신도 모르게 추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보드빌 <청혼>...

<청혼>을 읽고 나면 무언가 재미있지만 막상 연기를 한다면 어떤 형식으로 작품에 접근해야 할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로모프는 무대에서 기절까지 해야하고 청혼은 안하고 엉뚱한 내용으로 계속 싸우는 것도 상당한 연기적 재능을 요한다.

 

보드빌이라는 장르는 가벼운 장르다. 오늘날 어떤 형식으로 체홉의 <청혼>을 해석하고 제작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체홉이 제시하는 신체적 특징을 토대로 '무대적 각색' '연출자의 해석'을 잘 섞는다면 좋은 작품이 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을 다루는 연출자로서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보드빌의 특성인 관객과 직선으로 이뤄지는 '상호 소통'과 열정적인 연기로 체홉의 <청혼>을 제작 한다면 분명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 - 안톤 체홉

 


체홉의 청혼의 주제를 묻는 분이 많아 요약해 봅니다. 

 

노총각 로모프가 노처녀 나딸리아에게 청혼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반목 그리고 결혼를 통해서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유머있게 풍자한 단막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