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한국문학> 속아도 또 속아도, 이상의 봉별기

마뜨료쉬까 2013. 2. 28. 07:06

이상의 <봉별기>줄거리...

주인공은 23살 건강 문제로 약 한제 지어서 온천으로 요양을 떠난다. 여관방에서 지내는 것이 쓸쓸하여 결국 기생집을 찾아간다. 거기서 기생 금홍이를 만난다. 금홍이는 21살의 여인이지만 매우 어려보이는 동안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금홍이가 한 말중에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말에 주인공은 면도를 하고 친구 K와 함께 금홍이를 찾아간다. 친구 K가 사라지자 주인공은 금홍이를 차지하게 된다. 금홍이에게 딸이 있었지만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들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주인공과 금홍이는 함께 동침을 하지만 주인공은 금홍이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그 대신 프랑스 유학생 우씨를 금홍이와 함께 동침하게하고, 변호사 C씨를 금홍이의 방에서 자도록 했다. 금홍이는 유학생 우씨와, C씨에게 받은 돈을 자랑도 한다. 주인공이 백부님 소상으로 인해 떠나야 했다. 배웅 나온 금홍이에게 주인공은 10전을 주었다. 그 후 주인공은 서울에서 살림을 차리고 금홍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하지만 일은 안하고 주인공은 밤낮 잠만 잔다. 이로 인해 금홍이는 다시 옛 생활을 그리워하게 된다. 금홍이의 음란한 생활을 주인공 '' 자신을 위한 벌로 해석한다. 몇 달이 지나서 주인공은 금홍이에게 두들겨 맞고 무서워서 사흘 동안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다. 하지만 집에는 금홍이가 버선만 남겨놓고 사라졌다. 친구들이 찾아와 금홍이의 소식을 전해주고 위로도 해준다. 두달이 지나자 금홍이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금홍이는 되돌아온다. 되돌아온 금홍이를 위로하며 헤어지자고 고하고 주인공과 금홍이는 이별을 한다. 그러다 주인공의 건강이 악화되어 금홍이에게 엽서를 보낸다. 금홍이가 돌아와 5달 동안 그를 돌봐주고 다시 떠나버린다. 결국 주인공은 본가로 돌아간다. 몇 편의 시와 소설을 쓰며 지내다 금홍이가 서울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둘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 시답잖은 담소를 나누고 금홍이의 노래로 소설은 끝난다.


나는 폐결핵 환자이며 매우 무기력하며 연약한 사람이다.
모든 여성은 매춘부의 요소를 품고있다....


이상의 <봉별기>는 이상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다. 아마 이상의 생애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거나 해설 없이 읽었다면 난해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 금홍이는 실제로 이상과 함께 동거했던 여인이다. 이상은 건강이 악화되어 온천으로 요양을 떠나 거기서 기생 금홍이를 만난다. 거기서 동거하며 다방을 개업하지만 금전적인 이유를 문을 닫고 둘은 이별을 하게 된다이상의 <날개>에서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도 <봉별기>와 같이 매춘부로 등장한다. <봉별기>에서 이상이 생각하는 여자에 대해 나온다


"천하의 여성은 단소간 매춘부의 요소를 품었느니라고 나혼자 굳이 신념한다 그대신 내가 매춘부에게 은화를 지불하면서는 한번도 그녀들을 매춘부라고 생각해 일이 없다 이것은 내 금홍이와의 생활에서 얻은 체험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 이론같이 생각되나 기실 내 진담이다" 이상의 <봉별기>중...

위 이상의 문장을 읽고 나면 왜 이상이 여자를 매춘부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유는 파악 할 수 없다. 이상의 생애에서 봤듯이 소설 속에서는 이상이 경험했던 여자가 등장 했을 뿐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만난 여인의 모습은 이상이 생각하던 진정한 여자의 모습의 방향을 바꿔 놨다. 작가의 경험으로 부터 나오는 소재의 표현이 뚜렷하지 않다면,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생소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문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보통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자신의 생각으로 문장을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이다. 큰 공감을 얻어올 수 없는 문장이지만 이상은 읽는 독자에게 아리송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상의 재치 있고 능청맞은 제안의 문장이다.



망가진 마음으로 등장하는 그의 인식은 이상의 글에서 중요한 재료이다....

건강하지 않은 이상의 몸은 마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봉별기>에서 이상은 자신의 올바른 인식이 망가진 것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그가 현실에서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이 이해 할 수밖에 없는 억울함이 묘하게 비춰진다. 금홍이가 돈을 벌기위해 다른 이들과 관계를 가질 때 그것에 대해 주인공인 ''의 대답은 오히려 긍정적이며 적극적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금홍이 오락의 편의를 돕기 위하여 가끔 P군의 집에 가 잤다. P군은 나를 불쌍하다고 그랬던가 싶이 지금 기억 된다." 이상의 <봉별기>중에서...

 

이 상황에서 주인공 ''의 대답은 오히려 자신이 금홍이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바꿀 수 없고, 거대한 현실은 그에게 올라가야 할 산과 같다. 그 산을 넘어가기 보다는 옆에 있는 조그맣고 간단한 산으로 올라감으로써 자신과 타협한다. 화자의 입장에서 읽는다면 상당히 슬프고 비극적인 상황이다.

<봉별기>를 읽으면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상황이나 사건을 주인공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아픔이 곪아 더 이상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싶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금홍이와 술 한 잔 마시며 알 수 없는 금홍이의 노래로 끝나는 <봉별기>이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자신의 생활과 시대적 상황이 아닐까? 이상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금홍이,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그냥 흘러가는 인연으로 남지는 않았다


이상이 제시한 시간,공간적 배경을 보면 글의 '맛'을 알 수있다... 

예를 들어 첫 문장을 소개하자면 "여섯 달 잘 기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어 코밑에 다만 나비만큼 남겨 가지고 약 한제 지어 들고 B라는 신개지 한적한 온천으로 갔다." 여기서 이 문장을 보면 '여섯 달 동안 잘 기른 수염'이라 나온다. 이상이 제안하는 그의 현 상태의 모습이다. 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는다는 문장을 보면 이상의 내적 결심과 마음가짐을 볼 수 있다. 이상의 <봉별기>는 상당히 빠른 전개가 눈에 띈다. 공간이 바뀌면서 각자의 공간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감각은 일어나는 사건과 상황을 재미나게 조화 시킨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세상에 불질러 버려라 운운" 
이상의 <봉별기> 마지막 금홍이의 노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