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글을 처음 접한다면 조금 난감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의 문체는 또한 흔히 접하기 쉽지 않은 특이한 글이다.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기 도한 이상의 작품 <날개>에서 나오는 주인공 '나'는 매우 보잘것없고 무기력하며 게으르다. 주인공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이상의 <날개>는 글 자체에 리듬을 소유하고 있다. 주인공 '나'를 통해 전해지는 심리는 무겁고 어둡다.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은 어느 알 수 없는 자리에 위치해 있는 조그마한 다락이다.
주인공이 위치해 있는 다락방의 공기는 '흐늑흐늑하다'라고 표현한다. 공기의 감각을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표현한 이상의 재치 있는 문장이다. 주인공이 다락방에서 부터 벗어 날 때면 매번 새로운 감각이 그를 사로잡는다.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감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글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상의 문장에서 보면 주인공이 속도감 있게 묘사될 때도 있다. 바로 그 순간은 그가 '생각' 할 때 이다. 이상은 생각을 통해서 억눌린 현실 속에서 자유롭게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이 마주한 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그는 이불 속에 가만히 누워 생각 하며, 손가락을 움직여 동전을 넣는 것조차 귀찮아한다. 생각 속에서의 빠른 리듬감과 현실의 게으른 생체 리듬이 단번에 뒤섞여 버렸다. 그는 자신의 생각으로 미래의 일을 생각 하고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기다리기도 하는 주인공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억압된 현실 속에서 이상이 가고자 했던 곳은 어디일까?
이상의 작품 <날개>는 80년이 지난 오늘도 많은 논란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서두를 읽어보면 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 글을 읽어본다면 무언가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 숨긴 채 자신의 생각을 암호화 시킨 듯한 인상을 받는다.
서문에 첫 문장이다. 문장에 대한 해석을 찾아보니 많은 의견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해석은 없다고 한다. 그중 가장 근접한 해석은 '아이러니'로 쓰였다고 말한다. 아이러니는 곧 풍자를 뜻한다. 또 다른 서문의 특징은 20세기 탄생한 새로운 창작기법 '의식의 흐름'을 사용하여 이상이 표현한 듯싶다. '의식의 흐름'이란 글 쓰는 기술의 하나의 방식이다. 글을 쓸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대로를 적는 표현 방식이다. 글의 논리와 문맥에 속박되어 있지 않아 대체로 읽기 어렵거나 복잡한 문장이 많다. 누구나 쉽게 ‘의식의 흐름’을 통하여 글을 창작 할 수 있다. 의식의 흐름으로 쓰인 소설중 대표적으로 마르셀 푸르스트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있다.
1930년대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아래 있었다. 당시로 되돌아 가 본다면 순수 한글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어렵고 거의 불가능한 시기였다. 속박된 글의 형식을 분해하고 다시 재결합시켜 암호화된 자유로운 글이 탄생하게 된다. 이상의 작품 <날개>를 읽어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또 인물의 상황과 배경이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아 읽는데 있어서 거부감을 받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상의 문체를 새롭게 받아들이기도 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이해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누구나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이상의 글이 현실주의, 모더니즘, 반리얼리즘 이던 간에 잠시 속박된 글의 양식을 내려놓고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정서를 가지고 이상의 작품과 마주하는 것이 유익할 듯싶다. 예술적 양식에 매여 글을 해석 한다면 이상의 작품을 읽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이상의 <날개>를 읽으면서 '이 책 읽힌다!'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보통 글의 논리를 무시할 경우 독자의 입장으로서 읽는데 방해가 되지만, 이상의 <날개>는 다른 각도로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1930년 그 당시 한국의 상황이 어떠한지, 어떤 배경에서, 경험에서 이상의 <날개>가 탄생했는지에 대해 떠올릴 것이다. 읽고 난후 독자에게 제목 '날개'에 대해 무엇일지 의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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