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외국문학> 12살 소년의 인생, 체홉의 단편 반까 주코프의 편지

마뜨료쉬까 2013. 4. 26. 05:55

안톤 체홉의 단편 반까, Ванька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반까 주코프의 편지


어린 소년 반까의 회상과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단편이다. 12살의 소년 반까 주코프, 3달 전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한 구두 공에게 맡겨졌다. 엄마도 아빠도 없고 남아있는 가족이라고는 할아버지뿐이다. 크리스마스 이른 아침 구두군과 그의 아내와 조수들은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갔다. 집에 혼자 남아있는 반까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도대체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19세기 말 러시아를 배경으로 쓰인 체홉의 단편 <반까>12살의 어린 소년이 시골의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동정심을 불러들이는 어수룩한 기묘한 문장들...


반까 주코프를 그린 그림

"어제 저는 혼났어요. 주인 아저씨가 머리채를 끌고 마당에서 가죽끈으로 호되게 맞았어요. 주인댁 아기 요람을 흔들다가 깜빡 잠들었다고요. 몇일 전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청어를 다듬으라고 하셔서 꼬리부터 다듬기 시작했더니 청어를 쥐고 청어 대가리로 제 얼굴을 쿡쿡 찔렀댔어요. 견습공들은 보드카 심부름에다가 주인 아저씨의 오이를 훔치라 시켰고 그 때문에 주인 아저씨는 마구잡이로 때렸어요. 밥은 하나도 없어요. 아침에는 빵 조금, 점심에는 죽, 저녁에 또 다시 빵이에요 차와 수프는 주인 아저씨만 게걸스럽게 먹어요. 제 잠자리는 건초 위라고 명령했어요. 주인댁 아기가 울때면 요람을 흔드느라 단 한 숨도 잘 수가 없어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하나님의 은혜로 시골집으로 데려가 주세요. 여기서 나에게 가능성이 없어요. 무릎 꿇고 빌어요, 여기서 제발 절 데려가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죽고 말거에요..." - 체홉의 <반까>중에서...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에서 반까의 상황을 볼 수 있다.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면 할아버지에게 호소하는 반까의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보인다. 시골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반까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억울함과 수모를 얘기함으로 하루빨리 할아버지가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가기를 바라며 호소하고 있다. 구두군 주인에게 매 맞고, 조수들은 비웃으며 주인아주머니는 생선 주둥아리로 얼굴을 찌르고 먹을 것은 형편없으며 애기가 울면 밤새 달래야한다. 반까에 편지에는 할아버지의 동정심을 부르기 위한 애절한 문장이 참 많다. 어린 12살의 반까의 편지가 어서 빨리 할아버지에게 도착할 뿐이다. 이런 삶에서 반까에게 남은 희망은 오로지 할아버지뿐이다.

 

반까의 결심 그리고 신비로운 모스크바와 기억 속에 남은 달콤한 회상...

 

"담배를 말아드릴게요! 매일 기도도 하구요. 만약 제가 나쁜 짓을 한다면 마구잡이로 때리셔도 좋아요. 만약 해야할 일이 마땅히 없다면, 찾아서라도 할게요. 관리인 아저씨의 신발을 닦고, 페디까의 양치기를 해도 좋아요. 그리운 할아버지! 여기에는 희망이 없어요. 죽음 뿐이 존재해요. 시골로 혼자 되돌아 가려 했지만, 신발도 없고 겨울의 추위도 무서워요. 제가 크면 할아버지를 보살펴 드릴게요. 아무도 할아버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하고, 돌아가신다면 돌아가신 엄마에게 기도하는 것처럼 할아버지의 안식을 위해 기도 드릴게요. 모스크바는 큰 도시에요. 집들은 전부 주인댁 만큼 크고, 말은 많고 양은 없어요. 강아지들은 사납지도 않아요. 한번은 상점 창을통해 줄이 달린 낚시 바늘을 보았어요. 낚시 바늘 모두 훌륭했어요, 거기다가 어떤 낚시 바늘은 1푼드가 넘는 고기도 잡을 수 있을 정도예요. 여러 가지 총을 파는 가게도 보았는데 주인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었어요. 글쎄, 총 한 자루에 100루블정도 한대요. 고기를 파는 가게에는 닭, 들꿩, 토끼가 있었어요. 어디서 잡은 거냐고 상점원에게 물어봤지만 대답해 주지 않아요. 사랑하는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나무와 선물을 주인집에 만들어 놓는다면, 금방울을 초록색 상자에 넣어 주세요. 그리고 올가 이그나찌예브나 아주머니께 반까를 위한 것이라 부탁하세요." - 체홉의 <반까>중에서...


러시아에서 만든 애니매이션 <반까>

12살 반까는 할아버지에게 약속을 한다앞으로 시골에 돌아간다면 담배도 말고, 기도 하며 할아버지를 위한 일이면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12살 어린 반까의 순진하고 강한 의지가 편지의 글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갑자기 반까는 모스크바에 대한 내용을 쓰기 시작한다. 시골 소년의 반까에게는 모스크바라는 도시에게 받은 인상은 매우 크다. 집들은 웅장하고 마차와 말은 거리마다 있으며 시골처럼 양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자신이 살던 시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모스크바의 상점에서 처음보는 것들로 가득한 반까에게 시골에서 쓰고 사용하던 낚시 도구와는 다른 낚싯줄과 낚시 바늘은 반까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주인의 학대와 힘든 삶 속에서도 반까에게 모스크바는 흥미로운 곳이다어린이다운 순수한 모습을 반까는 그대로 갖고있다. 회상을 통해 크리스마스 나무와 선물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던 시골의 주인 아가씨는 떠올린다

 

너무나 안타까운 12살 반까 그리고 안톤 체홉의 단편...

 

12살의 어린 소년 반까 주코프

달콤한 회상은 뒤로하고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의 마지막은 반까의 서글프다. 최후의 발언으로 다시 한 번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상기시킨다편지를 마무리한 반까는 어디로 과연 편지를 보낼 것인가? 할아버지가 계신곳의 주소를 모르는 자신의 방식대로 주소를 쓴 뒤 기쁨과 희망을 갖고 편지함을 향해 집밖으로 달려 나간다하지만 편지는 할아버지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반까는 할아버지가 모스크바로 자신을 찾아 올것을 기대하며 억울함과 수모를 참고 견딜 것이다비극적인 결말로 마치는 <반까>를 읽고 난 후 모두 어린 소년 반까를 향한 동정심이 생길 것이다. 체홉의 인생을 보면 자녀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살 아이의 내면적 심리를 맛있게 표현했다체홉의 단 편중 아이들을 주제로 쓴 단편이 많이 있다. 각자 다른 아이들의 성격과 그리고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지만 어린이의 순수한 모습은 모두 갖추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성품을 재미있게 써내려간 체홉의 단편 <반까>를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체홉의 반까를 영화 혹은, 애니매이션으로 유튜브 홈페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마지막 반까가 편지를 다쓰고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적는 마지막 문장의 글로 마무리 한다.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콘슨탄틴 마카리치에게

-체홉의 <반까>중에서...